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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쓴 글을 오랜만에 다시 이동진님의 꿈꾸는 다락방이란 라디오에서 듣고 생각이 나서 올려봅니다.
정말 좋은 내용인것 같아 여러사람들이 듣고 포기의 철학, 체념의 사상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주간경향
그의 영화나 말보다 그의 유머감각을 잘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글이다. ‘가훈’에 관해 그가 쓴 글(경향신문 2002년 10월 12일자)을 보자.
“종팔이(딸의 애칭)가 가훈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아왔다. 궁리끝에 떠오른 한마디 ‘미워도 다시 한번!’. 얼마나 좋은가. 식구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박터지게 싸우고 나서도 돌아서서 조용히 이렇게 읊조릴 수 있다면. 그런데 그 말은 영화제목만이 아니라 거창고등학교 어느 교실의 급훈이란 걸 알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가훈을 표절할 수는 없는 일… 몇 시간 후 마침내 나는 이런 문장을 백지에 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아니면 말고’
나는 말했다. 뭐든지 멋대로 한번 저질러 보는 거야. 그랬는데 분위기 썰렁해지면 그때 이말을 쿨하게 중얼거려주는 거지. 종팔이는 정말 좋아했다. 본래 아이들이란 늘 멋대로 한번 저질러보고 싶어 미치는 인종 아니던가. 하지만 역시 어른들은 달랐다. 이튿날 종팔이는 선생님께서 ‘세상에 뭐 이딴 가훈이 다 있냐’며 새 걸 받아오든가 아니면 뭔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어오라셨다고 전했다. 나는 한번 정한 가훈을 무를 수는 없다면서 이렇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덧붙였다.
- 현대인들은 자기 의지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오만한 태도다. 세상에는 의지만 갖고 이룰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닥쳐오는 좌절감을 어쩔 것인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툭툭 털어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 경쟁만능의 시대에 참으로 필요한 건 포기의 철학, 체념의 사상 아닌가. 이 아빠도 ‘복수는 나의 것’으로 네 친구의 아빠(곽경택 감독)가 만든 영화 ‘친구’를 능가하는 흥행신기록을 세우고 싶었으나 끝내 이십분의 일밖에 안되는 성적으로 끝마쳐야 했을 때 바로 그렇게 뇌까렸던 것이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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